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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과 메릴린치의 막이 내리는 날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9월15일, 월요일은 다우존스산업지수가 504 포인트 떨어져 911 사태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서브프라임의 주범인 리먼의 파산과 AIG 생명보험의 존재여부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800파운드짜리 고릴라 메릴린치의 속성매각이 있었던 날이다.

 

내 생애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경제학도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메릴린치가 다른 회사도 아닌 뱅크오브 어메리카에 팔려나간다는 사실도 리먼의 파산만큼이나 믿기 힘든 현실이다.

 

먼과 같은 158년 전통의 엘리트 증권사가 문을 닫고 품위와 자존심의 상징이었던 메릴린치가 은행에 잡아먹혔다? 피곤에 지쳐 빠진 잠에서 악몽을 꾼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현실감이 오지 않는다.

 

필자가 메릴에 입사해서 프린스턴 훈련원으로 합숙훈련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초짜들 교육받는 곳이라 무슨 대학원 강의실 같은 곳으로 우릴 불렀으려니 했었는데 공항에서 가방을 찾고 있는 내 어깨를 두드린 사람은 까만 제복을 입은 백인 리모 드라이버였다. 마치 영화에서 대부를 모시러 온 운전기사를 대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어느 한구석도 먼지하나 묻어나오지 않는 깔끔한 스트레치 리무진에 몸을 싣고 도착한 곳은 짙은 숲속을 지나고 확 트인 공간에 육중히 자리잡은 메가 트레이닝 콤플렉스. 숙박과 교육 그리고 회합과 파티 모두를 한곳에서 소화해 내는 숙박훈련소였다.

 

그곳에 미리나와 우리를 환영해 주는 사람들 중에는 월스트릿 저널, CNBC와 같은 경제증권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타들도 있었다. 그 당시 메릴린치는 골드만 싹스를 누르고 세계 최대의 인베스먼트 뱅커로 자리매김하고 싶어 수많은 인재들을 스카웃하고 교육시키는 장기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그들은 모든면에서 First Class 였다. 우리를 대하는 젠틀한 매너와 대화의 태도, 메릴의 팀멤버로서 가지고 있는 강한 자존심...하지만 겸양의 베일에 가려져 은은하게만 나타나는 그들의 자긍심. 그저 마시고 던져버릴 물한병마저 최고급으로 선별해 준비해 놓은 그들의 치밀함.

 

일주일동안 메릴린치 문화에 푹빠져있다 돌아온 우리는 메릴의 명함에 우리 이름이 써 있다는 그 자체에 희열을 느끼게 되었다.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을 해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선배들은 우리에게 아예 슬리핑백을 가져와서 사무실에서 살지 그러냐고 놀려댔지만 우리는 그들이 5년에 거쳐 이룬 것을 2년만에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가 살아있었다.

 

그들은 성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만들었던 조직이었다. 그런 메릴에서 일을 하면서도 늘 머리 가슴한 구석에는 리먼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과 동경심을 간직하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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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닷컴,
박정진-